기록을 계속하게 만든 아주 작은 규칙 하나
기록을 오래 해온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 역시 여러 번 멈췄다.
다이어리를 바꾸고, 노트를 바꾸고, 펜을 바꾸면서
“이번엔 제대로 써보자”라고 다짐한 적도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특별한 도구를 바꾼 것도 아니고,
시간이 갑자기 많아진 것도 아니었다.
달라진 건 딱 하나였다.
기록을 ‘완성하려고’ 하지 않기로 한 것.
기록을 멈추게 만드는 생각
기록이 안 되는 날을 떠올려보면
항상 비슷한 생각이 앞선다.
오늘을 정리해서 쓰기엔 애매한 날이야
어제 비워둔 페이지가 너무 신경 쓰여
지금 쓰면 노트가 지저분해질 것 같아
이 생각들이 쌓이면
노트를 펼치지 않게 된다.
기록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노트를 여는 일을 미루게 된다.
내가 정한 아주 작은 규칙
그래서 정한 규칙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날의 기록은 반드시 한 줄 이상 남긴다.”
한 줄이면 충분했다.
할 일이 없어도,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날을 설명하는 문장 하나만 쓰기로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오늘 점심은 간단히 먹고 남은 시간에 회사 근처를 산책했다.
- 생각보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이 미뤄졌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기록은 이만큼이면 됐다.
사소하지만 집중되는 하나의 주제를
간단하게 한 두 문장으로 단어장처럼 기록한다.
나중에 긴 글을 쓸 때 알게 되지만
이렇게 모아둔 사소한 문장들이 긴 글의 초안이 되곤 한다.
이 규칙이 효과가 있었던 이유
한 줄은 부담이 없다.
글씨를 잘 쓸 필요도 없고,
정리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노트를 열었다는 사실이었다.
한 줄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줄이 되고,
세 줄이 되는 날도 생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기록의 목표를
‘많이 쓰는 것’에서
‘계속 여는 것’으로 바꾼 셈이다.
기록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 규칙 이후로 노트에 빈 날이 줄어들었다.
아니, 빈 날이 있어도
그다음 날 다시 쓰는 게 어렵지 않았다.
기록을 망쳤다는 느낌이 사라지자
다시 시작하는 것도 쉬워졌다.
기록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잘 쓰는 사람이 되기보다
다시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 변화를 만들어준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기준을 아주 낮춘 하나의 규칙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바뀐 건
기록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다이어리를 고르는 기준이었다.
나는 다이어리를 고를 때
더하기보다,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