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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끝까지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by 문구덕 2026. 2. 4.

다이어리를 끝까지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다이어리를 못 쓰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이어리를 자주 바꿨던 시기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예쁘고 레이아웃이 잘 짜여 있어 한 번 써볼까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자주 들여다보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점점 깨닫게 된 건, 기록은 다이어리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 생활 리듬에 맞는 구조를 찾는 일에 가까웠다.

 

잘 짜인 시스템 다이어리에 맞춰 삶을 바꿔보겠다는 사람이라면

그 방식도 분명 맞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미 그려진 레이아웃에
나를 맞출 자신이 없었다.
결국 다이어리는 점점 빈 페이지가 늘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펼쳐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그래서 매년 연말이 되면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사고 또 사는 일이 연례행사가 됐다.

사실은 찾는 데 집중한다기보다,

사는 행위 자체에 더 몰입한 매해 연말이었다.

그렇게 탈락한 수많은 다이어리들은

사무실 회의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주인을 기다린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아니었다.


결국 도착한 지점

아마도 이런 시행착오 끝에 나온 방식이 불렛저널일 것이다.

내게 맞춰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다이어리 초급자에게 레이아웃을 직접 짜는 일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

상당한 재미를 느끼는 나에게도

그 과정은 종종 도를 닦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날짜를 채우고 선을 긋는다. 이것이 명상인가..


그러다 결국

다이어리를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러 버전을 거쳐 정착한 것은

놀라울 만큼 단순한, 딱 세 가지 항목뿐인 구조였다.

나에게 일을 위한 다이어리는 참으로 단순했다.

  • 월간 프로젝트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하는 월간 달력.
    그래프를 그리거나 개인적인 루틴을 기록하기에 좋다.
    무인양품 20공 바인더 + 토모에리버 미색 A5
  • 주간 기록
    미래 일정이 아닌, 이미 지나간 업무를 정리하는 용도.
    미팅과 약속 관리는 구글 캘린더(모바일) + Rainlendar2(PC)를 사용한다.
    왼쪽은 모바일 오른쪽은 PC 바탕화면용 구글캘린더로 서로 연동된다
  • 데일리 노트
    단순한 그리드 노트.
    날짜 도장을 찍고 투두리스트, 통화 내용 등을 기록한다.

 

다이어리의 구체적인 사용법은 쉽지 않겠지만 이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이제 업무용 만큼이나 개인용 다이어리에도 조금 더 충실해 보려고 한다.

 

나에게는 불렛저널이 이상적인 다이어리에 가깝지만

다양한 다이어리들을 써보고 잘 맞는 다이어리를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깔끔함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기준

처음의 다이어리는 늘 깔끔하다.

누가 봐도 정리 잘 된, 보이기 위한 노트다.

하지만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기준만 지키기로 했다.

글씨를 정자로 쓰자.

선이 삐뚤어지고 화살표가 오가도,

나중에 내가 다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대충 쓰고 싶지는 않았다.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것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써야 한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점심에 먹은 음식, 하루 마신 물의 양, 그날 쓴 돈 같은 사소한 것까지

언제든 적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기록으로 이어진다.

 

투두리스트를 쓰다 보면

단순히 일을 끝내고 V 체크로 끝나지 않고

일에 대한 이런저런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그 감정은 일기로 이어지고,

결국 또 다른 글로 옮겨간다.

기록은 그렇게 확장된다.


기록에 집착하는 나라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일본의 다이어리를 둘러보게 된다.

일본은 기록에 대한 집착이 분명한 나라다.

종류는 많고, 세분화되어 있으며, 역사도 깊다.

수많은 분야에서 각각의 기록에 대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서점에서 책들을 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기록할 수 있나. 경이롭게 느껴진다.

 

요즘 시대에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 기록 방식이 더 다양해지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은 여전히

손으로 남긴 기록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사소한 것까지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좀 더 달라진 나를 꿈꾸는 일의 시작은

어쩌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나에 대한 사소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이어리를 끝까지 쓰게 만든 건
거창한 목표나 새로운 도구가 아니었다.

내 생활에 맞는 구조를 만들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요즘 내가 쓰는 다이어리는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이라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덜어내고, 바꿀 수 있는 형태에 가깝다.

 

어떤 기준으로 이 구조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려 한다.